나로부터의 혁명을 꿈꾸며
한송이(한송이영상의학과 원장)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존경하는 김형효교수님의 추모글에 동참하게 되어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많은 저명한 분들이 글을 쓰는 소중한 추모집에 저의 부끄러운 글이 누가 되지 않을까 많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추모글을 부탁받았지만 저는 김형효교수님을 직접 뵌적이 없어서, 제가 책을 통해 교수님을 만난 경험에 대해 짧게 쓰고자 합니다.
저는 압구정에서 작은 개인병원을 18년째 운영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평범한 의사로 28년을 살아왔기에 철학에 대한 공부가 많이 부족한 제가, 최진석교수님의 권유로 읽게 된 책 <마음혁명>을 통해 심원 김형효교수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일반인을 상대로 비교적 쉽게 쓰셨다 하지만, 이과 전공인 제게는 밀도가 높은 책이라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장부터 김교수님의 사유에 깊이 공감하고 감동 받아서, 오히려 쉬이 책장을 넘기기가 싫어 더욱 아끼며 천천히 읽게 되었습니다. 동서양 철학과 불교를 넘나드는 해박하고 통찰력 넘치는 글들이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고, 하나하나의 의미와 깊이를 이해하고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만나고, 김형효 교수님을 만난 게 제 삶의 큰 행운으로 느껴졌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죽어있고 단편적인 철학 이론에 갇힌 분이 아니라, 다양한 철학 이론을 소화해서 얻은 융합적이고 독창적인 해석으로 새롭고 자유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는 교수님의 글은 제게 정말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책 속의 글들이 다 귀하지만, 그중에 개인적으로 특히 와닿은 것은 ‘자리이타’와 죽음에 대한 말씀들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오랫동안 ‘자리이타’는 제 삶의 좌우명이었습니다. 그 말과 뜻이 좋아서 막연히 제 소명으로 여기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의사라는 저의 직업은 자리이타라는 말에 매우 적합해 보였고, 저는 의사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며 동시에 사람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직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멋진 은퇴를 꿈꿔 보기도 했었지요.
그런 제가 김교수님을 만나서 자리이타의 진정한 의미를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음혁명>을 읽으면서 자리이타란 본능적인 이기배타심을 이겨내는 인간 본성의 모습임을 이해했고, 그 본성을 회복하고 따르는 것이 자리이타의 실현임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자리이타는 제가 가진 관념과 목적과 수단을 통해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을 고요하고 성스러운 곳에 두는 진실한 배려를 통해서 드러나는 제 본성 자체임을 알게 된 것이지요. 자와 타가 다르지 않으므로 제 본성에 충실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자리이타라는 것도요.
김교수님은 나의 인생을 존재론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삶과 죽음을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책 속에서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내가 소유의 환상에서 잠을 깨는 순간은 바로 나의 죽음이 이미 내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실존적으로 느끼는 순간이라고 하셨지요. 순간마다 죽음을 삶의 이면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의 존재 방식에 가장 알맞은 의미를 찾게 되며, 그 일을 찾아 무심으로 매진하되 스스로 자기에게 주어진 본성의 특성을 잘 살려 그것을 꽃피워서 남들을 즐겁게 도와주는 것이 자리이타의 삶이라는 말씀이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명상은 나 중심의 이기적 사고를 잊게 하고, 나를 해체시켜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이득과 즐거움을 주려는 자비심을 일깨운다는 김교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저는 삶이 곧 죽음과 닿아있음을 매 순간 인식하는 게 얼마나중요한지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살면서 찾던 많은 것들이 막연한 모습에서 보다 분명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인식과 이해를 실천과 삶으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고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게 이러한 인식이 비로소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저 고맙고 기쁘기만 합니다. 김교수님의 책이 그 제목처럼 저의 삶과 마음 속에 자발적 혁명을 꿈꾸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저 자신과 본성을 찾는 일이 바깥 멀리 어디엔가, 또 먼 훗날 어디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저의 일상을 계율처럼 묵묵히 수행해나가는 것에 있음을 이해합니다. 그 인식을 통해 저의 일과 그 속에서 매일 새로 만나는 환자들이 전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더 성실한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고자 하는 소명감과 의지를 얻었습니다.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제가, 꾸준히 반복하는 평범한 일과 사유 속에 저를 찾는 길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순수한 몰입과 고요함 속에 저를 두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삶의 이면이 죽음이며 타자가 자기의 이면임을 이해하고, 소유에서 존재로, 지성에서 지혜로, 본능에서 본성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김교수님의 사유가 제게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돈도 명예도 인연도 아닌, ‘깨달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은 못되지만, 깨달음으로 가고자 하는 작은 욕망의 불씨를 제게 나눠주신 김형효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철학은 제게 아직도 낯설고 어려운 주제이고, 저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 같은 처지이지만 철학이 주는 위안이 어떻게 제 삶을 의미 있고 윤택하게 할 수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김교수님을 진작 뵙고 직접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만, 앞으로도 제 곁에서 철학적 삶의 길을 함께 걸어가 주실거라 생각하기에 기쁘고 든든합니다. 또 김교수님의 다른 책들을 통해 교수님이 사유의 종착역으로 여기셨던 불교철학도 좀 더 깊이 있게 배워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보다 많은 이들이 김형효교수님의 사상과 철학을 접하고, 지혜와 위안을 함께 얻기를 소망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속 문장으로 제 부족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친구 고오빈다여! 이 세상은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또한 완전한 것에 이르기 위해 서서히 가고 있는 것도 아닐세. 아니, 세계는 순간순간마다 완전한 것이며 모든 죄는 이미 그 자체 속에 은총을 지니고 있다네. 어린아이들은 이미 자체 속에 백발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들은 이미 죽음을, 죽어가는 존재 속에는 이미 영생을 지니고 있는 법일세.”
나로부터의 혁명을 꿈꾸며
한송이(한송이영상의학과 원장)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존경하는 김형효교수님의 추모글에 동참하게 되어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많은 저명한 분들이 글을 쓰는 소중한 추모집에 저의 부끄러운 글이 누가 되지 않을까 많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추모글을 부탁받았지만 저는 김형효교수님을 직접 뵌적이 없어서, 제가 책을 통해 교수님을 만난 경험에 대해 짧게 쓰고자 합니다.
저는 압구정에서 작은 개인병원을 18년째 운영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평범한 의사로 28년을 살아왔기에 철학에 대한 공부가 많이 부족한 제가, 최진석교수님의 권유로 읽게 된 책 <마음혁명>을 통해 심원 김형효교수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일반인을 상대로 비교적 쉽게 쓰셨다 하지만, 이과 전공인 제게는 밀도가 높은 책이라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장부터 김교수님의 사유에 깊이 공감하고 감동 받아서, 오히려 쉬이 책장을 넘기기가 싫어 더욱 아끼며 천천히 읽게 되었습니다. 동서양 철학과 불교를 넘나드는 해박하고 통찰력 넘치는 글들이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고, 하나하나의 의미와 깊이를 이해하고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만나고, 김형효 교수님을 만난 게 제 삶의 큰 행운으로 느껴졌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죽어있고 단편적인 철학 이론에 갇힌 분이 아니라, 다양한 철학 이론을 소화해서 얻은 융합적이고 독창적인 해석으로 새롭고 자유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는 교수님의 글은 제게 정말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책 속의 글들이 다 귀하지만, 그중에 개인적으로 특히 와닿은 것은 ‘자리이타’와 죽음에 대한 말씀들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오랫동안 ‘자리이타’는 제 삶의 좌우명이었습니다. 그 말과 뜻이 좋아서 막연히 제 소명으로 여기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의사라는 저의 직업은 자리이타라는 말에 매우 적합해 보였고, 저는 의사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며 동시에 사람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직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멋진 은퇴를 꿈꿔 보기도 했었지요.
그런 제가 김교수님을 만나서 자리이타의 진정한 의미를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음혁명>을 읽으면서 자리이타란 본능적인 이기배타심을 이겨내는 인간 본성의 모습임을 이해했고, 그 본성을 회복하고 따르는 것이 자리이타의 실현임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자리이타는 제가 가진 관념과 목적과 수단을 통해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을 고요하고 성스러운 곳에 두는 진실한 배려를 통해서 드러나는 제 본성 자체임을 알게 된 것이지요. 자와 타가 다르지 않으므로 제 본성에 충실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자리이타라는 것도요.
김교수님은 나의 인생을 존재론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삶과 죽음을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책 속에서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내가 소유의 환상에서 잠을 깨는 순간은 바로 나의 죽음이 이미 내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실존적으로 느끼는 순간이라고 하셨지요. 순간마다 죽음을 삶의 이면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의 존재 방식에 가장 알맞은 의미를 찾게 되며, 그 일을 찾아 무심으로 매진하되 스스로 자기에게 주어진 본성의 특성을 잘 살려 그것을 꽃피워서 남들을 즐겁게 도와주는 것이 자리이타의 삶이라는 말씀이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명상은 나 중심의 이기적 사고를 잊게 하고, 나를 해체시켜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이득과 즐거움을 주려는 자비심을 일깨운다는 김교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저는 삶이 곧 죽음과 닿아있음을 매 순간 인식하는 게 얼마나중요한지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살면서 찾던 많은 것들이 막연한 모습에서 보다 분명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인식과 이해를 실천과 삶으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고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게 이러한 인식이 비로소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저 고맙고 기쁘기만 합니다. 김교수님의 책이 그 제목처럼 저의 삶과 마음 속에 자발적 혁명을 꿈꾸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저 자신과 본성을 찾는 일이 바깥 멀리 어디엔가, 또 먼 훗날 어디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저의 일상을 계율처럼 묵묵히 수행해나가는 것에 있음을 이해합니다. 그 인식을 통해 저의 일과 그 속에서 매일 새로 만나는 환자들이 전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더 성실한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고자 하는 소명감과 의지를 얻었습니다.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제가, 꾸준히 반복하는 평범한 일과 사유 속에 저를 찾는 길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순수한 몰입과 고요함 속에 저를 두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삶의 이면이 죽음이며 타자가 자기의 이면임을 이해하고, 소유에서 존재로, 지성에서 지혜로, 본능에서 본성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김교수님의 사유가 제게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돈도 명예도 인연도 아닌, ‘깨달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은 못되지만, 깨달음으로 가고자 하는 작은 욕망의 불씨를 제게 나눠주신 김형효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철학은 제게 아직도 낯설고 어려운 주제이고, 저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 같은 처지이지만 철학이 주는 위안이 어떻게 제 삶을 의미 있고 윤택하게 할 수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김교수님을 진작 뵙고 직접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만, 앞으로도 제 곁에서 철학적 삶의 길을 함께 걸어가 주실거라 생각하기에 기쁘고 든든합니다. 또 김교수님의 다른 책들을 통해 교수님이 사유의 종착역으로 여기셨던 불교철학도 좀 더 깊이 있게 배워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보다 많은 이들이 김형효교수님의 사상과 철학을 접하고, 지혜와 위안을 함께 얻기를 소망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속 문장으로 제 부족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친구 고오빈다여! 이 세상은 불완전한 것도 아니며 또한 완전한 것에 이르기 위해 서서히 가고 있는 것도 아닐세. 아니, 세계는 순간순간마다 완전한 것이며 모든 죄는 이미 그 자체 속에 은총을 지니고 있다네. 어린아이들은 이미 자체 속에 백발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들은 이미 죽음을, 죽어가는 존재 속에는 이미 영생을 지니고 있는 법일세.”